열심히 했으나 그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.
학문의 영역은 그들만의 룰이 있다.
그 판에서 오래 굴러먹거나 아니면 그렇게 굴러먹은 자의 제자로 지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.
명문화되지 않은 룰이다.
사실 아카데미아의 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고한 문턱이 되어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. (단언하건데,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다!)
그 주변에서 서성이는 나 같은 신진학자 나부랑이들조차
그 룰을 알 기회가 별로 없는데도 소양머리 없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.
이 판을 깨려면 이 판을 장악한 그들을 깨야 된다.
수십년의 내공을 가진 노회한 그들을, 한둘도 아니고 모두를 깰 수 있을까? 심지어 그 중에는 학문적 스승도 있다.
약점 없을 수 없는 것이 글이고 트집 잡으면 끝도 없는 것이 논문이다.
그래서 거의 모든 연구자는 그 판의 룰을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그 성을 공고히하는데 일조하고
극소수의 연구자는 그 판을 깨고자 하지만 좌절하여 야인으로 남게 된다...
다시 해보자.
다시 해야된다.